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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빅볼펜은 매력이 없었다. 다이어리를 꾸미기 좋은 가늘고 색색의 예쁜 수성펜으로 필통을 채우는 걸 좋아했고 굵은 펜은 좁은 다이어리 칸을 더 좁고 못나 보이게 만들어서 별로였다. 성인이 돼서는 쓰다가 잘못하면 번지고 펜의 종류에 따라 거친 필기감이 싫어서 오히려 볼펜을 더 사용하게 된다. 좋아했던 펜 중에 하나가 모나미펜이었는데 적당한 굵기와 필기감은 좋았지만 잉크 똥이 나와서 쓸 때마다 휴지에 닦아 가며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언젠가부터 잘 사용하지 않는다.

 

 

얼마 전 홈플러스에 갔다가 빅볼펜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고 사왔다. 12개에 수정테이프까지 총 13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5,990원인데 카드 할인을 받아 2,990원에 사왔다. 펜만 따져도 하나에 249원이면 이마트에서 3입에 1,200원이고 홈플러스에서는 3입에 1,590원인데 거의 반값이다.

0.7mm 6, 1.0mm 6, 빨강과 파랑색은 종류별로 각각 1개씩 들어있다. 펜들은 똑같은 구성이지만 수정테이프 케이스 색이 2,3가지였는데 그 중 보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트위스트 수정테이프로 돌려서 열고 닫을 수 있는 캡이 달려 있다. 보통 수정테이프는 뚜껑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분실되기 쉬운데 몸체에 붙어 있어 잊어버리거나 테이프가 오염이 되지는 않겠다. PVC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빅볼펜을 보면 뚜껑에 구멍이 있는데 빅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어린이 질식사를 막기 위해 만든 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 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펜 뚜껑을 삼켰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볼펜의 몸통과 뚜껑 소재 또한 입에 넣어도 괜찮도록 PVC 대신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했다.

 

빅볼펜은 프랑스 브랜드로 생각보다 꽤 오랜된 기업이다. 1945년에 마르셀 비크라는 사람이 BIC을 설립해서 올해로 73년이나 됐다. 빅에서 가장 먼저 만든 제품은 수레바퀴의 원리를 적용해서 만든 크리스탈 볼펜이라고 하는데 오렌지색 펜이 그 디자인이다. 육각형 모양으로 잡기 편할 것 같은데 오히려 라운드보다 가늘어서 더 불편하다. 무게를 재어 봤더니 라운드는 5g이고 크리스탈은 6g으로 더 무겁지만 손으로 들었을 때는 별 차이가 없다. 가지고 있던 펜을 모두 재보니 빅볼펜이 제일 가벼웠다. 유명하다는  펜은 두고 빅볼펜에 손이 간 이유 중에 하나가 가벼움이었다.

또 한 가지는 끊김 없이 부드럽게 써진다는 점이다. 쓰다가 중간에 끊기면 흔들고 별 짓을 다 해봐도 결국 버려야 하는데 상태가 안보여서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랜 시간을 사용할 때까지 유지 되는 걸 보면 다 쓸 때까지 잘 나오는 것 같다. 세 번째는 잉크 똥이 없어서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할인을 하지 않아도 적당한 가격에 사용감도 좋고 부담 없는 무게와 그립감은 이 펜에 중독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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